8비트 PC의 황금기와 사라진 영재
2021-10-23
📝 요약
- 류한석 칼럼니스트가 떠올리는 오래전 PC 영재들의 모습, 그리고 입시에 가로막힌 꿈에 대한 칼럼
🤔 생각하기
우선 글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칼럼니스트 분이 아쉬움을 토로한 글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저런 즐거운 환경 속에서 보낼 수 있었단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에 기고한 글인데 "꿈꿀 수 있는 사회는 언제쯤?"이라는 질문이 무색하게도 입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져 왔다.
하지만 향후 10년은 정말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공유하는 것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활발해지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은, 유튜버로서 그것을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아무튼 칼럼에 나와 있는 것처럼 오프라인으로 함께 미친 듯이 빠져보는 경우도, 그리고 온라인으로 내가 접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경우도 둘 다 좋은데! 입시라는 것이 가로막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
과거의 PC 영재도 그렇고 현재 무언가 흥미가 생긴 아이도 그렇고 그걸 실천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어렵다면 입시는 둘째 치고 시도조차 해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 시절 PC 영재들은 행운아(?)가 아닌가 싶다. 그럼 나도 행운아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서 친척에게 한 컴퓨터를 받아 오셨다. 내 방 책상 위에 두었는데, 내 기억으론 "Windows95"였다. 인터넷 연결도 안 되는 그 큰 덩어리가 어찌나 좋던지 매일 들어가서 마우스로 여러 디렉토리를 휘젓고, 바탕화면 바꾸는 것조차 나에겐 재밌는 놀이였다.
좀 커서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에는 학원 선생님이 그날의 분량을 다 연습하고 나면 컴퓨터 게임을 시켜주셨다. "너구리"였다. 나는 너구리 게임보다 게임을 실행시키는 명령어를 쳐보고 싶었다. 선생님께서 뭘 적으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걸 적으면 너구리가 실행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피아노보다 그 명령어를 치고 싶어서 학원에 다닌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좀 지난 뒤에 고모와 그 당시 고모의 남자친구와 함께 컴퓨터 도매 상가로 갔다. 무슨 조합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린 시절의 나에겐 전혀 상관이 없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컴퓨터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그렇게 내 첫 컴퓨터와 만나게 되었다.
계속 사용하면서 내 기준으로 고장이 나버리면 어머니께서 컴퓨터 가게 아저씨를 불러주셨다. 아저씨께서는 항상 파란 화면의 세팅 창으로 들어가셨다. 이것저것 나에게 설명해 주시는데 자주 만나서 아저씨와 상당히 친해졌었다. 고등학교까지는 집에 불렀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로는 별다른 문제가 생긴 적도 없고, 구글링을 하면 직접 해결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잘 살고 계신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런 기억이 쌓이고 쌓여 지금 컴퓨터를 부여잡고 있는 내가 만들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라진 PC 영재들은 입시가 아닌, 그냥 흥미를 잃어서 멀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계속 흥미가 있었다면 입시가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발전하는 PC 세계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